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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열기가 나날이 드높아지고 있습니다. 더욱이나 대한민국 아이돌 걸 그룹이 지하세계 귀마로부터 인간 세상을 지켜낸다는 흥미로운 설정은 K-컬처에 관한 호응으로 이어졌죠.
덩달아 작품 속 푸른 빛 호랑이 전령 ‘더피(Derpy)’와 항상 같이 다니는 까치 ‘서씨(Sussie)’ 캐릭터 모티브로 알려진 한국 전통 민화 또한 주목받고 있는데요. 온갖 다채로운 소재로 가득한 우리 민화는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기쁜 소식을 전하는 단짝, 호랑이와 까치
서울이 배경인 케데헌에선 짙푸른 밤하늘의 구름 사이를 가볍게 날아다니는 더피와 서씨가 종종 나옵니다. 둘은 성격이나 생김새 등 어느 한 가지 같은 구석은 없지만, 마치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늘 같이 있죠. 이처럼 언제나 함께 다니는 호랑이와 까치는 우리 민족에겐 상당히 익숙한 조합이었습니다. 잡귀를 쫓는 액막이 부적 삼아 해마다 설날 새벽부터 대문에 붙였던 전통 민화 <호작도(虎鵲圖)>의 주인공인 까닭입니다.
예로부터 민간에선 산군(山君) 즉, 산 중의 왕이라고 일컬어 온 호랑이가 포효할 땐 재앙이나 악귀조차 두려워 물러난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또, 까치는 좋은 소식을 물어다 주는 길조로 보았답니다. 참고로, 학계에선 두 단짝이 처음 등장한 시기를 약 1,600년 전 중국 남북조시대라고 추측합니다. 그런데 초창기엔 호랑이가 아니라 표범으로 그렸다고 해요.
표범의 표(豹)는 중국어 발음으로 소식 보(報)와 같아서 까치가 가져다준다는 기쁨을 뜻한 희(喜)와 더해 ‘좋은 소식’이라 풀이할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나 새해 첫날과 장수를 의미하는 소나무가 같이 있으면 새봄에 전하는 기쁜 소식이란 네 글자, 신춘보희(新春報喜)라고 하지요. 다만 후대의 착각이었는지 혹은 자생적인 차이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반도에선 표범 대신 호랑이가 자리 잡았다고 해요.
물론 생태계 특성상 맹수인 호랑이와 꾀 많고 놀리는 데 특출난 까치가 실제로 그다지 친할 리는 없습니다. 따라서 때론 양반 계층과 서민 간의 대치 구도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가내 평안을 수호하는 해태와 벽사의 상징인 삼목구
케데헌의 남자 주인공인 진우는 호랑이 더피에게 심부름시킬 때 해태상을 두드리곤 합니다. 민화에서 표현하는 호랑이와 해태는 왕방울 같은 눈매가 언뜻 비슷한 듯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는데요. 화재를 막아주는 물의 신수 즉, 신령한 동물인 해태는 머리에 외뿔이 돋았으며 온몸엔 푸른 비늘이 있습니다. 따라서 조선 시대엔 가옥마다 주방에 해태가 그려진 민화를 붙여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자 했답니다. 아울러 해태는 인간이 옳지 못한 짓을 했을 때 뿔로 들이받아 바른길로 이끈다고 해서 정의를 지키는 법관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갓을 쓴 까치 서씨는 동그란 눈이 무려 세 개라는 재미난 특징이 있습니다. 많은 글로벌 팬이 스마트폰 렌즈를 연상케 한다고 밝힌 이유죠. 아쉽게도 전통 민화엔 서씨와 같이 생긴 까치는 없지만, 삼목구라고 해서 눈이 세 개 혹은 네 개인 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전설상 동물로, 저승의 신인 삼목귀왕(三目鬼王)이 잘못을 저질러 이승에서 귀양살이하던 때의 모습이라고요. 해치가 화마를 막는다면, 삼목구는 도둑이나 귀신을 쫓아내는 가내 평안의 수호신이었습니다.
모란은 부귀, 포도와 석류는 풍요를 기원
케데헌을 이끄는 주인공 루미를 비롯해 미라, 조이 등이 속한 아이돌 걸 그룹 헌트릭스의 무대엔 특별한 액세서리가 있습니다. 바로 허리에 다는 노리개죠. 이러한 노리개에 장식하는 보석을 조각할 때 자주 쓰인 문양이자 민화에서도 심심찮게 나타나는 소재가 있으니, 꽃 중의 왕이라고 일컫는 모란입니다. 부귀와 명예, 행운 등을 의미하는 모란은 오랫동안 궁중과 민가에서 사랑받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민화에선 혼자 쓰이기보다는 부부간 화합을 뜻하는 나비, 영원한 젊음의 장미 등과 같이 그려졌답니다.
모란처럼 부와 관계있는 또 다른 소재로는 이름에 금(金)이 들어간 금붕어가 있습니다. 금붕어 그림은 금과 옥이 온 집안을 채운다는 금옥만당(金玉滿堂)과 같은 맥락으로 인정받았답니다. 열매가 알알이 맺힌 석류와 포도 역시 풍요, 나아가 다산과 자손 번창을 뜻했습니다.관심 있게 살펴볼수록 놀라운 우리 민화에 담긴 의미, 어떻게 보셨나요? 최근 케데헌의 인기 덕분에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하는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조선 시대 민화와 비교하며 더욱 폭넓고도 깊이 있게 알아간다면 한층 즐거울 듯합니다.여정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