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stomer & Claim Story
부산 여행을 가면 맛집이 수두룩해 한정된 시간이 아쉬울 정도다. 수많은 맛집 리스트 중에서 어딜 가야 할지 고민된다면 이름부터 눈에 띄는 ‘미스공구슬떡볶이’에 들러보자. ‘부산까지 와서 무슨 분식?’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물가 비싼 관광지에서 만나는 소박한 음식이 여행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부산 해운대 전통 시장에 위치한 미스공구슬떡볶이는 외관만 봤을 땐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옛날 분식집이다. MZ들이 좋아할 만한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도 아니고, 메뉴도 특별하지 않다. 그런데도 옛 손님들이 다시 찾는 ‘부산 여행 필수 코스’가 된 이유는 ‘한결같아서’ 더 좋다는 평이 이어지는 덕분이다.
‘기본’을 지키며 쌓아온 고객과의 신뢰
미스공구슬떡볶이는 2010년, 현재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정진희 사장의 모친으로부터 시작됐다. 전통 시장에서 국수 등 다양한 메뉴를 팔다가 떡볶이로 자리를 잡았다. 메뉴 자체가 특색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모양이라도 특별하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한입 크기의 ‘구슬떡볶이’를 선보이게 됐다고. 떡볶이 국물과 함께 떠서 먹는 형태라 간편하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어 여성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특히 반응이 좋았다. 순식간에 인기를 얻으면서 주변에 분점 3곳을 오픈했고, 이때부터 정진희 사장이 어머니의 일을 돕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합류한 것은 5년 전부터죠. 모든 소상공인이 힘들었겠지만, 저희도 코로나 때 정말 힘들었어요. 분점으로 냈던 가게를 모두 정리하고, 새로운 메뉴를 계속 개발했지요. 재료비 원가 상승 등 여러 요인으로 구슬떡볶이의 떡도 바꿀 수밖에 없었지만, 항상 ‘기본은 지키자’는 생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 사장이 말하는 ‘기본’은 ‘양심’과 맞닿아 있다. 비용적인 부담이 있기에 늘 최고의 재료만을 사용할 순 없지만, 맛의 기본을 흔들리게 하는 재료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보단, 기본에 충실한 소박한 맛을 유지하려고 애쓴다. 튀긴 어묵이 아닌 ‘찐’ 어묵을 사용하는 것도, 진짜 시원한 국물 맛을 고객들에게 선보이고 싶기 때문. 항상 문을 여는 것이 고객과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라는 생각에 연중무휴로 운영한다.
“한땐 떡볶이 위에 다양한 토핑을 올려 고객의 시선을 끄는 메뉴를 내놓기도 했어요. 색다른 토핑이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죠. 그러다 보니 정작 기본이 되는 떡볶이에 소홀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떡볶이의 맛에 충실해지자 다짐했습니다. 음식점의 또 다른 기본인 청결에도 더욱 신경 쓰고 있고요.”
떡볶이가 주메뉴지만, ‘십원빵’을 먹기 위해 일부러 찾는 이들도 많다. 고소한 모차렐라 치즈와 우유 크림치즈를 메밀과 보리 반죽에 넣어 바삭하게 구워낸 빵으로,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지금은 서로 ‘원조’임을 내세울 정도다. 그러나 ‘진짜’ 원조는 이곳이다. 경주에서 처음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제주의 치즈와 유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개발한 제주 빵이다. 2019년 당시 제주 업체의 권유로 정진희 사장이 부산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유사 제품이 출시되었지만, 손님들이 정 사장의 십원빵을 찾는 것은 한결같이 제주산 치즈를 사용한다는 것과 철저한 기계 관리 덕분이 아닐까 한다.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굽기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져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야 하는데, 정기적으로 기계를 관리받지 않으면 유지되지 않아요. 관리 비용이 부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기본을 지키는 것이 저희 가게를 찾아주시는 손님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인연을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여행지의 맛집은 한 번 방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은 마음 탓도 있고, 또다시 방문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스공구슬떡볶이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온 관광객들도 상당수 다시 방문하며 정진희 사장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간다. “저희 가게를 찾아주시는 손님들을 항상 귀하게 생각합니다. 예전 어머니가 장사할 때 방문하셨던 고객부터 제가 처음 맞이했던 고객까지 모두 소중한 인연이죠. 메뉴 특성상 손님이 가게에 오래 머물지는 않지만, 잠깐이라도 손님과 마주하는 동안에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곤 해요. 특히 외국인들에게는 제 표정이나 말 한마디가 한국에 대한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대합니다.”
인연을 소중히 하는 정 사장의 마음은 메트라이프생명과의 인연으로도 이어진다. 한번 맺어진 인연을 스쳐 지나가게 두지 않고, 더 나은 관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한 덕에 재무 설계도 단단하게 완성할 수 있었다. 정진희 사장은 어머니가 맺어온 ‘나눔’ 인연도 귀히 여기며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그의 어머니는 6년간 매달 100만 원씩 꾸준히 지역 내 소외 계층에게 기부해 왔다. 그 뜻을 이어받아 정 사장도 나눔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어머니가 항상 하신 말씀이, 이 지역에서 장사를 하며 먹고 살았으니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6년간 어머니가 맺어온 인연인 만큼 제가 책임감을 가지고 이어가야죠. 미스공구슬떡볶이는 누군가에게는 오가며 스쳐 지나가는 작은 가게겠지만, 저와 어머니에게는 15년간 여러 인연이 쌓이고 쌓인 소중한 공간이에요. 여행자들에게도 이곳이 소중한 추억이 남아있는 집, 다시 찾고 싶은 가게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